항목 ID | GC014B010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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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류명환 |
영축산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통도사를 향해 달리다 보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고소한 향기가 어디론가로 오라며 손짓하는 것 같다. 향기를 따라 가보니 마치 엄마의 품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고 조용한 조그마한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에 다다르니 나의 코를 자극한 향기가 더욱 짙어져갔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향기의 정체가 더욱더 궁금해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향기를 따라가 보니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푸르른 영축산을 배경으로 한 한폭의 그림과 같은 집에 도착하였다.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더 이상 참지 못한 나는 실례를 무릅쓰고,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자욱한 수증기가 나를 향해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한 아주머니가 보였다. 그 아주머니는 다름 아닌 두부를 끓이고 있던 것이 아닌가. 아! 이 향기로운 냄새가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아주머니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묵묵히 열심히 두부 만드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마침내 아주머니가 말을 건네 오셨다. “무슨 일입니꺼?” 이에 나는 “아, 예. 저도 모르게 마을 밖에서 하도 고소한 향이 나길래 향 맡고 저도 오다보이 여기로 와 버렸네예. 지금 두부 만드시는 겁니꺼?”라며 마냥 신기한 눈으로 아주머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주머니는 친절하게도 나에게 “이거는 그냥 두부가 아이고, 촌두부라고 하는 겁니더.”라며 대답을 해주었다. “촌두부요? 촌두부가 뭔데요?”
나는 점차 호기심이 가득한 꼬마아이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고 이 사람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 촌두부는 손두부라고도 하고 시골두부라고도 하는긴데,여기 마을이 촌두부가 유명한 평산마을 입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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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두부
“평산마을요?”나는 다시 아주머니에게 되물었다. “아이고~ 그렇다카이. 여기가 평산마을이라고 통도사 절 밑에 있는 마을이라예.” 아주머니는 조금도 귀찮은 내색이 없이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평산마을에서 촌두부가 언제부터 만들어졌습니꺼?” “평산마을 두부는 통도사 스님들이 본래 육식을 안 하시고 채식만 하시니까 단백질을 먹기 위해서 80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그게 시초가 되가꼬 평산마을을 두부마을이라고도 불렀습니더.”라며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할머니가 말했다.
“아이고, 할머니 안녕하십니꺼? 그라모 이 촌두부가 어디에 좋은가예?” 나는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린 뒤, 냉큼 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촌두부? 우리 몸에 다 좋지로. 두부는 콩으로 만드는 건 알제? 콩에는 단백질하고 뭐시냐 지방이 많아서 몸에 좋은 기라. 그리고 콩은 항암효과도 있고, 또 내 같은 노인네들이 치매에 안 걸리게 예방도 해준다 카이. 이보다 좋은 게 어딧노?” 할머니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머니도 덩달아 콩의 효능을 말해주었다. “또 우리 몸에 혈중 콜레스테롤을 쌓이는 것도 방지하는 효과도 있는기라예. 그래가 콩으로 만드는 두부는 옛날부터 잔칫상, 제사상에 오를 만큼 귀한 음식이였어예.”
콩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효과가 있는 줄은 몰랐다. 두부를 만드는 아주머니에게 나는 또 다시 “그러면 이 촌두부는 어떻게 해서 만드는데예?”라며 아주머니의 대답을 재촉하였다. 이런 내 모습이 재미가 있는지 웃으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옛날에는 전부 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맷돌 대신에 기계로 갈아서 가마솥으로 끓여서 두부를 만듭니더.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 전통방식대로 만들고 있어예. 전통방식대로 두부를 만들면 손이 많이 가예.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콩을 잘 불려야 하고, 습기가 적은 겨울철의 경우에는 약 12시간 정도는 푹 뿔리야 하는기라예. 그 다음에는 잘 뿔린 콩을 갈아가꼬 촘촘한 천으로 걸러가 가마솥에 넣고 장작불로 삶아 푹 익힌 뒤에 보자기에 또 담아가꼬 짜내야 되예. 그런 뒤에 국물에 간수를 넣고 다시 약한 불로 끓이가 쪼매씩 굳어지믄 쪼매난 구멍이 뚫린 네모 틀 안에 천을 깔아가 갓 엉긴 순두부를 넣은 다음 천으로 싸가 뚜껑을 덮고 무거운 돌을 살포시 얹지가 물을 빼내믄 두부가 완성되는 거라예. 또, 두부를 좋게 만들라카면 콩도 좋은 놈으로 골라야 합니더. 만약에 벌레 먹은 콩이 하나라도 있으면 옆에 거까지 오염이 되기 때문에 재료를 구하고 검사하는 그거는 아주 철저하게 해야 되예. 콩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고, 물에 불리는 과정에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거기서 쉬어 버리기도 하고 간수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거든예. 이기 손이 억수로 많이 가는 기라예.”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듣고 있는 나니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일임을 짐작하게 된다. 전통을 지켜가며 손수 두부를 만드는 아주머니가 바로 장인이 아닌가 하는 존경심마저 들었다.
“콩 담그는 시간도 잘 지켜야 하지만 간수 선택도 잘 해야 되는 기라예. 간수가 쓰거든예. 너무 짜면 쓴 맛이 나니까예. 재료도 중요하고 간수도 중요하고, 두부는 예민해서 만드는 것이 참 어렵습니더.”라고 하며 아주머니는 나에게 방금 만들어진 따뜻한 촌두부 한 모를 건네주었다. 김이 모락모락한 촌두부에서 아주머니의 정성이 느껴졌다. 역시 음식 맛은 손이라는 말이 맞는 말인가 보다. 이 날 먹은 촌두부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앞으로 평산마을 촌두부집 단골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