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리는 영축산 아래 첫 동네이다. 등산로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하루에 15차례 정도 이곳에서 신평을 오가는 마을버스에서 내리면 먼저 파란 바탕에 흰색 글씨의 ‘지산 만남의 광장’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에 ‘마을구판장’이라는 글씨도 눈에 띈다. ‘수퍼’ 또는 ‘수퍼마켓’이 흔한 요즈음 ‘구판장’이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 구판장 앞에는 지친 나그네들이 쉬어갈...
만남의 광장에서 김명관(79)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6·25 참전 용사이다. 6·25가 발발하던 1950년 9월 30일 입대했다. 군번은 ‘0207833’, 부산 군번으로 훈련소 안 가고 부산에서 3개월 있다가 제9사단이 창설되면서 전속되었다. 그 후 휴전이 될 때까지 전투에 나섰고 1956년에 일등중사로 제대했다. 제대 명령은 ‘육특을 306호’ 군번이며 입대일자, 제대명령까...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등 등산객이 있는 날에는 만남의 광장 한쪽에는 푸성귀를 가지고 나와서 팔고 있는 할머니들을 볼 수 있다. 토요일인데도 할머니는 단 두 사람밖에 보이질 않는다. 알고 보니 다들 들꽃 축제가 열리는 서운암으로 가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만 만남의 광장에 남았다. 강복숙(76) 할머니도 가지 못했다. 그는 6·25 참전 용사인 김명관 할아버지와 부부지간이다. 혹여...
일요일, 다시 찾은 만남의 광장에는 등산객들이 타고 온 승용차가 많다. 나물을 파는 할머니들의 수도 토요일보다 늘었다. 이쪽으로 할머니 한 분이 걸어온다. 눌러 쓴 모자 위 에 덮힌 수건 아래로 살짝 가려진 고운 얼굴이 보인다. 곁에 가서 말을 건네 본다. 17살에 28살 신랑을 따라 시집 온 초산댁 김백수(87) 할머니다. 서운암 들꽃 축제에서 가져간 것 다 팔고 돌아오는 길이란...
한쪽에서 “취나물 사러 오소.”를 외치는 목소리가 우렁차다. 갑술생 개띠 이순조(75) 할머니의 목소리다. 이름이 좋다고 하자, “이름이 좋는교. 이전에사 책 보고 짓나. 친정아버지가 지었겠지.” 아주머니 한 명이 다가와 “콩 얼맙니까?”라고 묻자 “콩 한 되에 8천원인데 할매 한 키가 ‘7천원에 팔아라.’해서 냈다. 7천원에 사 가소.”라고 대답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는지 그냥 돌...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강복숙 할머니는 등산객에게 여전히 “머구 하나 사 가소. 간장 부어가 조래기 해 놓으면 맛있심더. 돌냉이는 갈아서 요구르트에 넣어 먹으면 참 맛있다. 요거 이천 원. 산나물은 데쳐가지고 버물려 먹으면 맛있심더.”라며 나물 선전에 한창이다. 그러면서 “이 할매가 통도사 신도다. 절에 많이 다닌다.”며 심상희(80) 할머니를 소개한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