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4B03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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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구판장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종락 |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강복숙 할머니는 등산객에게 여전히 “머구 하나 사 가소. 간장 부어가 조래기 해 놓으면 맛있심더. 돌냉이는 갈아서 요구르트에 넣어 먹으면 참 맛있다. 요거 이천 원. 산나물은 데쳐가지고 버물려 먹으면 맛있심더.”라며 나물 선전에 한창이다.
그러면서 “이 할매가 통도사 신도다. 절에 많이 다닌다.”며 심상희(80) 할머니를 소개한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다 체격도 좋은 편이다. 틈이 날 때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왼다. 그러고 보니 불심이 깊은 신도인 것 같다.
심상희 할머니는 19살에 강원도에서 이곳으로 시집왔다. 강릉시 옥계면에 친정이 있다. 강릉 시내에서 80리길. 묵호에는 동생이 살고 있단다. 그는 슬하에 7남매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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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희 할머니
“큰아들은 세무 공무원이거든. 금정세무서에 근무하고, 둘째 아들은 삼성전관에, 막내아들은 두산중공업 근무하고, 서울 한양대 원자력과 나왔거든. 미국도 가고, 영국도 가고, 베트남도 가고 출장 많이 다닌다. 미국에 회의하러도 가고 세미나도 가고. 아들 3명은 그대로 되었지 뭐. 나무 짐 안지고 댕기도 되고. 무거운 짐 안지고. 되었지.”
단숨에 자랑스러운 아들 3형제를 소개하며 가슴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기분 말이다.
“이것 하는 것도 건강 좋으라고 하는 거지 살기 힘들어서 하는 거 아이다.”라며 소일 삼아서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옆에서 할머니 자랑을 하자 “요새 밥 못 먹는 사람 어디 있노. 다 먹고 살지.”라며 겸손해 한다.
“아들이 용돈도 주고. 한 달에 20만원씩 꼭꼭 부쳐오고. 큰아들은 오늘 고추 100포기 심으러 왔다. 밭 매고 들깨 심는다고.”며 바쁜 중에도 어머니를 찾아뵙고 밭일도 하는 아들의 효성에 대견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심상희 할머니는 48살에 남편을 여의고 혼자가 되었다. “남편 49살에 가고. 일찍 가 놓으니 고생 많이 했지. 아이들 공부시키고 한다고. 다 통도사 부처님이 도와줬지.”라며 고난의 세월을 지나 여기까지 온 것을 부처님 공으로 돌리고 있다.
“아버지 없어도 아이들이 애 안 먹이고 되더라고. 다 잘 커줘서 고맙지. 지는 지금 호강하고 있습니더. 아이들이 다 착해서……”라며 자식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몸에 밴 것 같다. 조금 전에도 안부 전화가 왔단다. 큰아들은 주말이면 빠지지 않고 와서 어머니 일을 거들어 주고 간단다. 그러면서 “이것 안해도 사는데 움직이는 게 좋아서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그를 보는 이들의 오해로 행여 자식들에게 누를 끼칠까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나물 한 봉지를 들고 값을 치르자, “안 사도 되는데 일부러 사는 것 아니냐?”고 물으며 연신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며 고마움을 표한다. 불심이 깊은 그는 돌아서는 등 뒤에서도 “안녕히 가세요. 잘 가세요.”하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덩달아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지산마을 만남의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나물을 파는 할머니들은 모두 부지런하다. 나이를 잊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경건한 마음이 절로 우러나온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다. 그렇다. 특히 한국의 어머니는 더욱 그렇다.
“아지매, 나물 사이소~”
“취나물, 상추, 머구 한 봉다리 천 원. 돌미나리 아직(아침)에 캐가 얼마나 좋노.”
“나물 여도 하나 사소.”
“민들레~”
“취나물~”
그들의 목소리 메아리 되어 귓전을 맴돈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며 키 큰 소나무의 그림자를 더 길게 키워가고……
지산마을 만남의 광장에 가 보라. 그곳에는 부지런한 할머니들이 있다. 아니, 우리들의 어머니가 그곳에 있다.